박근혜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좌천되고 탄압받던 언론인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장으로 취임한 최승호는 황우석 사건 때에 <PD수첩> 팀장이었고, 십만명이 몰려와 MBC 사옥을 인간띠로 둘러싸는 등 가히 전국민과 <PD수첩>의 싸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시간 내내 전직 장관을 비롯하여 청와대 비서관 등 막대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한학수를 감싸주어서 끝내 황우석의 거짓을 밝혀냈던 사람이었다. 그것 때문에 후에 최승호는 좌천되었다.
그랬던 그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방송권력의 요직에 중용되자 자기들이 당했던 부당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장이 된 최승호는 파업하는 동안 계약직으로 채용했던 아나운서들의 재계약을 거부하였고 계약기간이 남은 사람은 빈 사무실에 집어넣고 아무 일도 주지 않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중 복직투쟁을 하던 김민형은 나중에 SBS로 입사하여 최근부터는 주말 8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 최승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구성원으로만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던 듯 한데, 정치적으로 올바른 구성원을 가려낸다는 것 자체가 또다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게 되는 행위이고 언론인이 보도의 내용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절에 입사했느냐를 가지고 위치가 좌우되는 것은 전혀 언론인답지 않은 행태이다. 더구나 황우석 사건을 겪으면서 살아있는 권력과 거의 전국민에 가까운 수많은 시청자의 반발에도 맞섰던 사람이, 자신을 중용해 준 정치권력의 편에 서고 고작 항의 몇건 받았다고 진행자를 하차시킨다는 것은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우습기까지 하다. 최승호에게 묻고 싶다. 지금의 그런 논리라면, 회사가 위험할 지경이니 물러서 달라고 경영진이 요구할 정도였던 황우석 보도는 하지 말았어야 맞는 것 아닌가? 자신은 권력에 맞섰으면서 왜 지금은 권력에 맞서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그것부터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으며, 보은報恩 언론이고 진영언론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옳으니 이것만 방송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언론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은 스스로 수많은 의견이 복합되어야 하는 곳이며, 토론과 반대의견 속에서 옳은 것을 찾아가는 곳이다. 특정 이념을 정답이라 미리 정해놓거나 특정 인사는 출연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언론이 운영된다면, 이것은 당신들이 고초를 겪었던 부당한 처분을 당신들이 남에게 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을 원천차단 해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MBC가 민주주의에 부합한 방송을 하는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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