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1일 일요일

보조 운동이 잔재주라고?

무술도 운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전래되어 오는 훈련법이나 현대 과학으로 적합하게 개발된 보조적인 운동법을 많이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이런 보조적인 운동을 열심히 하자고 인터넷 게시판에 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보조적인 운동은 잔재주에 불과하다는 공격적인 반응을 받았다. 그런 것은 무술이란 운동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일 뿐이니 너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유명한 무술 연구가가 공력단련에 촛점을 맞춘 책을 써냈다. 그리고 평소에도 여러 가지 신체 단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같은 말을 해도 만만한 놈의 말이면 무시하고, 인정받는 선배의 말이면 수긍하는, 어이없는 반응이었다.

복싱 선수가 로드웍을 하지 않는 걸 상상할 수 있는가? 스피드볼처럼 가벼운 것을 치는 목적이 있지 않은가? 무거운 해머를 장작을 패듯이 휘두르면 펀치가 강해진다는 것은 효과가 입증된 복싱의 보조운동이다. 이런 거 다 제쳐 놓고서 죽어라 샌드백만 치다가 링에 올라가면 된다는 것인가.

동양 무술에도 효과가 검증된 보조운동이 많이 있다. 마보참장은 기본이고, 매화장 수련은 하체를 굳건하고 안정되게 해주고, 연무석을 드는 훈련은 양로선도 했었다는 수련법이다. 사량발천근이라는 내가권에서도 그 비결이 옛날에는 단전이라고 부르던 코어의 강력하고 순간적인 움직임과 그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지체의 움직임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코어를 빠르고 강력하게 단련하는 방법과 코어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수행할 수 있는 단련법들이 개발되고 수행되고 있다. 그것만인가. 파워는 생기겠지만 실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간합과 타이밍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정해진 약속대련인 포나 대타라고 불리는 약속대련부터 시작하여 점점 변화를 주고 자유도를 높이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보조적인 훈련없이 무술다운 무술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런 게 모두 잔재주라는 폄하하는 사람은 무슨 훈련을 할까? 특히 중국무술은 투로 위주이니까 전통으로 내려온 투로만 수련하면 충분하다는 말일까? 흔히 전통 혹은 정통이라 불리는 투로 속에는 무슨 비밀이라도 있어서 천번 만번을 수련하면 어느 순간에 신비한 능력이라도 생긴다는 말인가.

무술은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과거에 있던 무술을 배운 사람이 장단점을 개선하여 새로 창안하여 가면서 무술은 기법만 진화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단련법도 진화된 모양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 과학이 개발하고 효과가 입증된 단련법이 나에게 소용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무시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것들도 역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전통의 일부로 포함될 것이다.

이런 꽉 막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아니, 변화를 거부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변화는 순수한 혈통의 파괴일 뿐이며, 무술 수련의 올바른 방법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그들이 불변의 진리라고 믿는 것도 실제로는 오랜 시간 속에서 수많은 변천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것이지, 모세의 십계명처럼 신이 하늘에서 내려준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가장 현실적인 운동인 무술이란 것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고집하려는 자기 모순을 왜 깨닫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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