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어떤 일선 경찰관을 알았던 적이 있다. 그는 진짜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한토막씩 들려주는 군대시절 이야기만 들어도 나는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였다. 그는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여 전역하고 경찰 무도요원으로 특채되었다. 그가 경찰에서 처음 한 일은 백골단이었다. 그렇게 몇년을 지내고 선후배와 동료들의 지도편달을 받아서 형사도 하게 되었다. 들어보니 형사라고 해봤자 별 거 없었다. 잡아온 용의자를 족쳐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당시는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시기였으니 그런 형사도 쓸모가 있었으리라. 경찰도 공무원이니 이리저리 순환배치를 받고 하다보니 그도 어느새 늙었다. 그런데 공부를 못 해서 승진시험으로 진급하지 못 했기 때문에 정년이 가깝도록 근속승진 밖에는 하지 못 했다. 어쩐지 여러 번 만나서 안면은 있지만, 그냥 용무 때문에 만나는 나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싶었더니, 역시 노후가 걱정되기 시작하였음이 틀림없었던 모양이다.
운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왕년의국가대표, 메달리스트들이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금은 치킨집 체인점이나 하며 먹고 사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운동을 배웠으나 운동으로 먹고 사는 것은 힘든 세상이다. 동네 체육관이라도 열어서 꼬마들과 놀아주면서 먹고 사는 사람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도 세상살이에 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운동은 극저 과거의 추억으로 그치고 말 뿐이다. 다소간 운동을 배웠다고 자랑하지만, 우리는 모두 아저씨가 되고 만다. 왕년에 운동 좀 했던 아저씨는 대한민국에 얼마나 흔한가. 더이상 운동으로 자랑할 게 없어졌어도 후배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먼저 아닐까.